
(시사미래신문) 용인 반도체 일반산업단지에 공급될 공업용수 시설이 사실상 완공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여주시가 "지역에 설치된 시설이지만 지방재정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세수 감소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국가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상수원 규제지역이 부담을 떠안고도 경제적 보상은 받지 못하는 구조가 현실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이 같은 문제를 이충우 여주시장이 이미 민선8기 출범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해 왔다는 사실이다.
"여주는 물만 내주고 아무것도 없다"
이충우 시장은 지난 민선8기 출범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업용수 공급 계획을 검토한 뒤 인허가를 곧바로 승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당시 "여주 시민들은 남한강을 1급수로 유지하기 위해 오랜 기간 각종 규제와 희생을 감내해 왔다"며 "깨끗한 물은 여주가 제공하는데 산업적 이익은 모두 다른 지역이 가져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가장 강한 표현은 세수 문제였다. 이 시장은 "이천 SK하이닉스는 여주 물을 사용하면서 매년 수천억 원의 지방세를 이천시에 납부하고 있고, 앞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가동되면 용인시에는 최소 1조 원 이상의 지방세 효과가 예상되지만 여주시는 10원 하나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당시 이 발언은 단순한 우려로 받아들여졌지만, 이번 여주시 발표는 그 우려가 실제 제도 속에서 현실화됐음을 보여준다.
용수시설은 여주에, 지방세는 '0원'
여주시에 따르면 세종대왕면에 설치된 취수장과 용수관로 등은 준공 후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용인시에 무상 귀속된다.
이 때문에 「지방세법」상 지방자치단체 소유 재산으로 분류돼 취득세와 재산세 모두 비과세 대상이 된다.
시설은 여주에 있지만 세금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여주시는 국가 핵심산업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제공하면서도 지방세 수입은 물론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규제는 여주, 성장효과는 용인·이천
이번 사안의 핵심은 단순히 지방세 몇 억 원의 문제가 아니다. 여주시는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환경규제를 수십 년 동안 감내해 왔다. 반면 용인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이천은 SK하이닉스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막대한 법인지방소득세를 확보한다.
여주가 제공하는 것은 깨끗한 물이고, 용인과 이천이 얻는 것은 투자·고용·협력기업 집적·법인지방소득세 등 산업 성장의 과실이다. 이러한 구조는 지역 간 재정 격차를 더욱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허가를 협상 카드로 활용한 여주시
이충우 시장은 당시 남아 있던 인허가를 즉시 승인하지 않고 정부와 SK 측을 상대로 협상에 나섰다. 그 결과 반도체 협력기업 20개 유치 약속을 비롯해 오염총량제 개선, 일부 규제 완화, 산업단지 조성 지원 등 11~12개 항목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여주시는 이를 기반으로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며 반도체 연관기업 유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공업용수 공급에 협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사업의 편익 일부를 지역으로 환원하려는 전략적 대응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제는 제도 개선이 답이다
그러나 이번 용수공급시설 비과세 문제는 협상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제도적 한계를 드러냈다. 시설이 지역 안에 설치되고 환경적 부담도 지역이 감수하지만 지방세는 한 푼도 발생하지 않는 구조는 지방재정의 형평성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 국가 전략산업은 특정 지역만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성장 동력이다.
그렇다면 그 기반이 되는 상수원 보호와 환경 규제 역시 특정 지역만의 희생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여주시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다.
국가 핵심산업을 뒷받침하는 규제지역에도 합당한 재정지원과 제도적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을 상징하는 사업이다. 이제는 그 성공을 위해 희생을 감내한 지역에도 국가가 책임 있게 응답할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