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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 경찰

<유지훈 박사 칼럼>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위상제고를 위한 해양안보 역량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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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미래신문) 

 

 지난 십수년간 한국의 외교안보전략 기조는 미국과 중국사이에서 일정수준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핵심동맹국인 미국과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인 중국사이에서 전적으로 한쪽의 편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을 직면해 왔습니다. 이러한, 외교안보정책 기조는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민감하면서도 중요한 정치 및 안보 사안들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중간의 전략경쟁이 전방위로 심화되면서, 한국이 주요 국제현안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미중간의 전략경쟁이 실제적인 군사적 무력충돌로 발전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인도태평양 해역에서, 한국이 담당해야 할 역할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무역분쟁의 양상으로 촉발된 미중간의 경쟁이 군사, 문화, 에너지, 이념을 망라하면서 전방위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간의 전략경쟁은 단순히 특정분야에 국한된 경쟁을 넘어서 세계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간의 거시적 경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미중간의 관계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중에서 기존 패권국이었던 스파르타와 신흥강국으로 부상한 아테네간 발생했던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을 설명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기존 패권국의 권위와 지위에 도전하는 신흥 국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간의 전쟁 가능성이 높아진다는게 투키디데스의 함정의 핵심 내용인데요,  “예정된 전쟁" 집필한 미국 하버드 대학의 엘리슨 교수에 따르면, 지난 500여 년간의 세계역사에서 신흥 강대국과 기존 패권국간의 갈등이 열 여섯 차례가 있었는데, 이중에서 열 두차례가 전쟁으로 귀결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경제와 군사력을 포함한 총체적 국력에서 미국이 중국에 비해 여전히 우위에 있다는 점을 고려시 현재 미국과 중국간의 경쟁이 대규모 전쟁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 현재 중국의 행보를 보면, 중국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기 보다는 점진적인 영향력 확대와 현상유지에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개혁/개방이후 급속한 경제성장과 군사력 증강을 통해 강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냉전 이후 유지되어온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큰 도전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강대국으로의 부상을 위해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해양강국을 달성하기 위해 공세적인 해양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해군력 증강에 국가적 노력을 일관되게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국 개혁/개방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등소평 집권시기 동아시아 지역의 해양패권 달성을 목표로 도련선(islands chain) 전략을 수립합니다. 중국의 도련선 전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체화 됩니다. 장쩌민 집권 시기 일본열도와 인도네시아를 연결하는 제1도련선을 설정해서 근해방어에 집중을 합니다. 이후 후진타오 집권시기에는 제1도련선의 범위를 확장해서 일본 이즈제도에서부터 파푸아뉴기니 까지 연결되는 제2도련선을 설정하고 미국 군사력의 접근을 거부하기 위한 반접근지역거부 전략(A2/AD)을 수립합니다.  시진핑 집권 이후 도련선, 반접근/지역거부 전략 구현을 위한 능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시진핑 집권이후 서태평양의 전략적 요충지인 남중국해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에 대한 역사적 권원을 주장하고 있으나, 중국의 영유권 주장은 2016년 국제중재 재판소의 판결로 법적근거를 상실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내정불간섭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인공섬 건립을 통한 군사기지화를 가속화 시키고 있으며, 군사적/비군사적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서 남중국해에 대한 영향력 확대 및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남중국해 해역에 정규 군사력을 직접 배치하는 대신 순시선 또는 해상 민병대(militia)등 을 확대 배치하고 운용함으로써 상대국가의 정상적인 군사적 대응을 무력화 시키거나 제약하는 회색지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크기의 약 열 네 배가 되는 남중국해는 천연자원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전세계 해상물동량의 절반이상이 통과하는 핵심 해역입니다. 특히, 한국 원유수입의 90%가 남중국해를 가로지르는 해상교통로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중 관계 측면에서 보면, 미국의 입장에서 남중국해는 아태지역과 인도양지역으로의 미국의 군사력을 투사하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 및 견제할 수 있는 완충구역으로서의 기능을 합니다. 중국에게 있어서는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군사전략적 요충지로서의 가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해양세력화로 인해서 아시아 태평양 해역에서 미중간 해양패권 경쟁 대립구도가 현저하게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미국 전력의 서태평양 접근을 억제 및 차단하기 위한 군사력을 구축하는 가운데 전략적 요충지인 남중국해 인공섬에 대한 군사기지화를 단계적으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공세적 해양정책은 항행의 자유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뿐만 아니라 역내 국가들과의 갈등과 우발적 무력충돌을 촉발시킬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해양팽창을 견제하고 아시아태평양 해역에서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해군력 재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해군력의 무게중심을 대서양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이전시키고 있습니다. 미국이 발전/보완시키고 있는 각종 군사전략들도 중국의 해양패권 추구를 견제하고 억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미국이 발전시키고 있는 모자이크전, 유령함대, 상쇄전략 등의 전략개념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미국은 중국의 공세적 해양정책을 미국의 해양패권에 대한 큰 도전으로 인식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역내 해군력을 증강시키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방 및 동맹국들과의 협력 및 연대강화를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추구해온 해양에서의 항행의 자유는 미국 해군전력의 역내 전진배치를 위한 접근 및 군사력 투사와 직결되는 국가안보상의 핵심이익 이기 때문에 미국은 자국에 대한 중국의 공세적 해양정책을 큰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향후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의 국제법적 해결을 부정하는 가운데 실효적 지배를 지속 강화하는 반면, 미국은 중국의 해양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국제질서와 규범의 보편적 명분을 강조하는 가운데 우방 및 동맹국들과의 결속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그러나, 미중간의 해양패권 경쟁이 미중간 실제적인 무력 충돌로 귀결됨으로써 역내 안보질서의 불안정성을 고조시킬수 있는 있는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남중국해를 비롯한 동아시아 해양안보 질서는 당분간, 미중 간 세력균형에 의해서 관리가 될 것으로 예상을 합니다. 중국은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중국주도의 역내 질서를 구축하고 현상유지 및 기정사실화 전략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역외국가들의 남중국해 문제 개입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중국주도의 남중국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서 역내국가들과의 개별적인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실제로, 중국은 남중국해 중재재판이후에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세안 국가들과의 남중국해 이사회 설립 제안 및 행동준칙(Code of Couduct)협상, 합동군사 훈련등을 포함해서 제한적으로나마 역내 신뢰구축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협력기재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국제법과 국제규범에 기초한 역내 협력질서 구축노력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러한 움직임은 아세안 국가들과 스스로 평화적 지역질서를 만들어 나간다는 명분과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고 판단됩니다. 

 

중국과 분쟁관계에 있는 아세안 국가들도 중국과의 직접적인 마찰을 피하는 실리외교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세안 국가들은 국민국가 수립이후 냉전과 탈냉전을 경험하면서 개별국가 또는 집단 차원의 실리와 실용위주의를 강조하는 대 강대국 외교노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보면, 아세안국가들은 제1의 교역국인 중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에 지속적으로 편승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미국 역시 해양에서 중국의 공세적 행동에 대응할 만한 실질적인 대책이 부재한 상황입니다. 현재 미국은 제한적으로나마 무력시위의 일환인 항행의 자유작전을시행 중에 있기는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원복 시키는데는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지역국가들과의 전략적 연대를 통한 중국 대응도 중국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서 동력이 약화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재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미중간의 해양패권 경쟁 심화 그리고, 한국의 해상교통로가 연결되어 있는 남중국해에서 미중간의 경쟁이 군사적 충돌로 현실화 될 경우 한국경제에 직접적인 타격 뿐만이 아니라,  해양과 연계된 국익창출 노력에도 큰 제약이 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따라서, 한국은 미중간의 첨예한 해양패권 경쟁이 향후 역내 질서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중견국가로서의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전략적 선택의 문제입니다. 

 

현재 한국은 해양안보와 관련한 사안들에 대해서 항행의 자유, 분쟁의 평화적 해결, 국제법 존중의 원칙 및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중국해 문제를 비롯한 해양안보 질서와 연계한 미국과 중국의 대립과정에 있어서 미국의 안보군사차원의 지원 요구로 인해 전략적 선택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습니다. 미 바이든 정부가 공동의 목표와 가치에 기반한 동맹국간 연대강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한국에 대한 역할분담을 요청시에는 한미동맹 차원의 협력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국익의 관점에서, 미중 양국과의 관계유지를 위해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중국에 대해서는 최대한 비적대/우호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섬세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미국의 군사지원 요구 시에는 수용여부 그리고, 방법과 수단측면에서의 지원수준에 대한 선제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음으로 역내외 국가들과의 신뢰구축을 위한 역내해양협력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역내외 국가들과도 한보협력 강화를 통한 신뢰 증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주도로 지역수준의 협력적 질서를 구축함으로써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창의적인 기회를 만들어 갈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미중간 해양패권 경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 수준의 협력질서 구축을 위해서 해양에서의 분쟁방지를 위한 해양신뢰구축방안(Maritime Confidence Building Measure) 강화 활동에 선도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서 해군함정간 핫라인 설치, 방산협력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해적, 재해/재난 구호활동 등 초국가적 위협 대응을 위한 협력강화 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통합된 해양안보정책 추진을 위해서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국익과 주권 수호와 연계된 해양관련 현안에 대해 선제적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국가해양기본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기 위해서는 해양안보와 관련된 정책을 일관되게 통합/조정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 운용이 필요합니다.  일본, 중국 등과 같이 국가주도의 해양정책 컨트롤 타워를 운용하고 있는 주변국들의 사례가 우리에게 시시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해양안보 역량 확보를 위한 해군력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국제법과 규범을 강제/집행할 수 있는 강력한 중앙권위체의 부재로 인해서 국제법과 규범에 근거한 국가 간의 문제해결 및 질서유지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합니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국제재판소의 중재판결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의 일방적 행동 그리고 유엔해양법협약의 비준국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 국제법에 근거한 보편적 명분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미국의 모습들이 이러한 국제법과 규범 적용의 한계와 취약성을 잘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간 문제해결을 위한 최종 수단은 군사력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군사력의 개념이 공세적인 무력의 사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국익과 주권 그리고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침해당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지키기 위한 최소한 억지력 측면에서의 군사력을 의미합니다. 

 

특히, 해군력은 해양에서 군사적 역할을 수행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해양에서 국가의 외교적 사법적 기능이 실효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국가전략 수단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국익과 주권을 수호하고 국가위상 제고를 위한 적정수준의 해군력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세밀한 전략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국은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위상을 제고해 나가야 합니다. 중견국가로서의 지혜로운 역량을 발휘함으로써 갈등과 대립이 아닌 협력을 바탕으로 한 규칙기반 해양질서 유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선도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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