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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기 칼럼>‘왕지환 등관작루(登鸛雀樓)’와 ‘윤동주 서시(序詩)’...한·중의 청춘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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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미래신문=안종기 논설위원)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패권 경쟁 속에서 2019년 말 발병한 Covid19의 세계적 대유행(Pandemic)이 겹치면서 2020년 인류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바이러스와의 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류는 혼돈과 절망 속에서 새로운 생존의 방식을 찾아야 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맞고 있다. 꿈과 희망을 키워가야 할 청춘들은 더욱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이에 한국 ‘윤동주 의 서시’와 중국 ‘왕지환의 등관작루’ 두 명시를 다시 한 번 음미하며 힘들고 지친 젊은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자 한다.

필자가 대학에 재직 중일 때 중국 대학과 ‘한·중합작 석사프로그램’ 운영 1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행사의 하나로 아래의 한시(漢詩) 한 수를 두 개의 목판에 새겨 하나씩 각 대학 도서관에 게시한 바 있다.

 


登鸛雀樓(등관작루) - 王之渙 -

白日依山盡 (백일의산진)
黃河入海流 (황하입해류)
欲窮千里目 (욕궁천리목)
更上一層樓 (갱상일층루)

<관작루에 올라> - 왕지환 -

해는 산에 기대어 지려하고
황하는 바다로 흘러간다
천리 저 멀리 바라보고자
다시 누각 한 층을 더 오른다

이 시는 당나라 때 호방한 시풍과 동적 묘사로 유명했던 시인 왕지환(688-742)의 대표작으로, 중국에서 천하의 명편으로 칭송받고 있으며 중국 학생들 사이에서 당시(唐詩)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산시성 윈청에 위치한 관작루는 북주(北周) 시기에 세워진 중국에서 유명한 고대 누각의 하나로 황학루(黃鶴樓), 악양루(岳陽樓), 등왕각(滕王閣)과 함께 고대 중국의 4대 역사문화명루(名樓)로 꼽히고 있다.

 

이 시는 자신이 이룬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낯선 세계로 나가려는 진취적인 사람들에게 바쳐진 깃발이다. 현재 중국의 최고 권력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겸 중국공산당 총비서가 외교 행보에 나설 때 이 시를 즐겨 인용했다.

우리나라 청와대 분들과도 인연이 있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무실에 이 시가 적힌 병풍이 있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이 시의 3, 4구를 쓴 서예작품을 선물했다고 하니 이 시에 무언가 크고 깊은 뜻이 있지 않나 싶다. 더욱이 필자의 대학도 기념으로 이 시를 새긴 목판을 받았으니 말이다.

중국전문가이자 한시(漢詩)에 식견이 높은 총장님을 통해 이 시에 대한 설명을 들었지만 작금의 요동치는 국제관계 속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며 다시 음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시는 단순히 관작루에서 내려다보는 절경을 나열하고 감상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1-2구에서 해가 떠 있을 때 보이는 것은 저 산줄기까지이지만, 그 너머로 지는 해는 시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저 먼 또 다른 세상의 존재를 알린다. 역시 황하(黃河)가 아무리 넓고 깊다 해도 그것을 품어 흐르게 하는 거대한 바다가 있다. 이 순간 시인의 공간적인 부족함을 산과 바다로 표현한다.

3-4구에서 시인은 천리는커녕 백리조차 시선이 닿기 어렵지만 궁(窮)과 천리(千里)를 사용하여 아득한 먼 곳에 이르고자 하는 의지와 열망을 담고 있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와 아무리 누각이 높다 한들 오른다고 그 시선이 천리에 미치겠는가? 하지만 갱(更)이라는 글자로써 앞에 오를 수 있는 한 층 계단을 오를 뿐이다. 어제도 올랐고 지금 오르며 내일 다시 오를 것임을 암시한다.

시인은 세상 끝까지 보고자하는 큰 포부와 이를 위해 한 층 더 올라가는 행동을 보여 주고 있기에 젊은이들이 이 시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 번 더 비유하지면 더 큰 성공을 얻고자 한다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등관작루와 견줄만한 애송시가 없을까? 위 시처럼 음미를 할수록 시인의 의도가 커 보이고 비유가 더해지는 시를 찾다보니 윤동주의 서시(序詩)가 떠오른다.

 

 

 

서시(序詩) - 윤동주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이 시는 윤동주(1917-1945) 시인이 일제강점기 시절에 한글로 쓴 대표적인 시들 중 하나이다. 시대적, 개인적 고민과 이를 극복하려는 시인의 의지가 담겨있어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고 있다.

국어교과서에 실렸으며 한때는 대입관련 시험에서도 지문으로 자주 출제되었다. 필자의 학창시절에 이 시를 통으로 감상하기보다는 입시를 염두에 두고 시어를 분석하면서 시인의 인생관과 애국심을 배웠던 기억이 새롭다.

1~4 구에서는 시인의 순결한 도덕적인 면모와 더불어 결벽증적 성향까지 들어있는데 실제로 그는 혹시나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을까 삼가 주의하며 신중히 행동했다고 알려진다.

5-8구에서는 시인의 박애주의적인 사상과 따뜻한 마음씨가 녹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시대적인 배경인 일제치하일지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인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의지가 드러나고 있다.

마지막 9구에서는 상황이 암울하고 힘들더라도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계속해서 걸어 나가겠다고 다짐함을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엿 볼 수 있다.

1-4구는 과거를, 5-8구는 미래를 그리고 마지막 구는 현재시제로 시상을 나타내고 있음도 특이하다.

요컨대 이 시는 어두운 밤과 고난의 바람 속에서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별'의 상징을 통해, 어떤 시련과 현실에도 죽음의 목전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삶을 지켜 내면서 시대적 배경을 뛰어 넘으려는 시인의 의지가 시적 언어로 승화되고 있다.

‘등관작루’가 호연지기를 말하고 그 마지막 행을 들어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성숙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호연지기를 말한다면, ‘서시’는 어렵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내 이겨나가겠다는 7-8구가 마음을 울린다.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는 말한다. “문학은 의미로 채워진 언어이다. 위대한 문학은 의미가 가능한 한 극한까지 채워진 언어이다(Literature is language charged with meaning. 'Great literature is simply language charged with meaning to the utmost possible degree).” 즉 위대한 문학작품은 어느 한 부분도 허투루 보지 말아야 함을 두 시인의 작품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등관작루를 서경시, 서시를 서정시로만 해석하면 균형감도 떨어지고 시 전체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

2020년은 새해를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COVID-19) 펜데믹으로 세계 곳곳에서 사망자가 늘어가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면에서 인류를 움츠려들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와중에 젊은이들이 취업난, 부동산 폭등 등으로 말미암아 좌절과 방황의 늪에 빠져있다.

필자는 이 두 편의 시를 젊은이 들이 읽고 음미하면서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현재가 어렵더라도 한 계단 올라서고, 부끄러움 없는 나날을 만들어가면서 희망의 미래를 응시하자. 그러다보면 ‘이 또한 지나 가리라!(Hoc quoque transibit!)’.

 

 

<안종기 논설위원>

안종기(1954년생) 논설위원은 광주고를 졸업하고 전남대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교육학석사와 문학석사를, 조선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를 취득했다. Bell College(영국)와 Hawaii University(미국)에서 국비와 교육청 보조로 해외연수로 견문을 넓혔다. 대불대학교와 세한대학교에서 영어교육과 교수로 평생교육원장, 교무처장, Asian대학장, 대학원장을 역임하면서 황조근정훈장(2019년), 대통령표창, 총장상, 광주지방검찰청장표창 등을 수상했다. 대한언어학회 상임위원 감사, 글로벌영어교육학회부회장 등으로 학회활동을 하는 동안 우리나라 영어마을 조성 붐이 일었을 때는 “남악신도시 지역 영어체험시설 기본구상 및 사업타당성 연구(전라남도)”의 책임연구원과 “English Town for Developing Koreans’ English Language & Cultural Competence(Vladivostoc University: Russia)”라는 국제논문(2인공동)을 발표하는 등 영어마을 조성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는 세한대학교 석좌교수와 수필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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